[북한]연형묵 실세로 재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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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에서 연형묵 (延亨默.73.자강도당 책임비서) 이 급부상하고 있다.

90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총리) 로 서울을 방문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延은 지난 92년 12월 자강도로 쫓겨났었기 때문에 그의 부상은 더욱 눈길을 끈다.

북한의 '연형묵 내세우기' 는 올 1월 중순 김정일 (金正日) 의 자강도 현지지도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

金은 자강도내 중소형발전소 건설과 군수공업 발전에 만족을 표시하고 延에게 노력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수여했다.

이때부터 북한 언론은 '자강도정신' '강계혁명정신' 이란 선동구호를 내걸기 시작했다.

노동신문은 2월16일에 연형묵 인터뷰기사, 18일에 연형묵 기고문을 잇따라 실었다. 노동신문이 지도급 특정인물의 인터뷰기사를 게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일의 직접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정일은 6월1일 자강도를 재차 방문, 延의 위상을 한껏 올려주었다.

근간에 군부대만 찾아다니던 김정일의 자강도 발걸음은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연형묵을 총리에 재기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단순히 총리 복귀를 위한 사전조치로 보기에는 여러 조짐이 아주 특이하다.

때문에 김정일이 그를 차기 국가수반으로 내세우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국가주석직이나 중앙인민위원장직에 延을 앉혀 김정일의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北京) 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정.군 고위간부들에 대한 사상검열에서 연형묵이 최고 신임을 받았다" 며 延의 중앙무대 복귀를 예고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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