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CF출연료 가장한 편법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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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장훈의 프로농구 SK 입단은 축하받을 일이다.

서는 용병이 판치는 프로무대에서 국내농구의 자존심을 지켜줄 스타급 포스트맨이다.

서장훈을 맞는 SK의 대접에도 소홀함은 없는 것 같다.

연봉 2억원에 5년 계약을 하고 광고수입으로 계약금에 해당하는 10억원을 보장해 20억원으로 추정되던 서의 몸값은 착실히 챙겨 주었다.

그러나 SK는 한국농구연맹 (KBL) 이 정한 샐러리캡 (팀당 연봉총액 상한제) 의 원칙을 손상시켜 프로농구의 기초질서를 어지럽혔음을 지적받아야 한다.

서장훈의 계약금을 보장하기 위해 CF를 편법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규정상 서장훈에 대한 SK의 연봉책정.CF출연 보장에는 하자가 없다.

문제는 1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CF 출연료로 상쇄한 점이다.

KBL이 보장한 CF출연의 자유를 '몸값 보장의 도구' 로 악용한 케이스다.

샐러리캡의 목적은 선수들의 연봉을 적게 주기보다는 몸값이 비싼 우수선수를 각 구단이 고르게 보유, 전력을 평준화하고 경기수준의 균등한 향상을 이룬다는 데 있다.

CF출연료가 연봉.계약금을 대신하면 돈 많은 구단은 고액스타를 무한정 보유할 수 있다.

용병에게도 똑같은 편법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프로농구는 곧 재벌팀들이 주름잡던 실업농구 시절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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