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영수회담 스케치…김대중대통령 한고비 넘긴듯 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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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7일의 여야 영수회담 결과는 오찬장 입장전과 회담직후 1백80도로 달라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표정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오찬장으로 향하기전 金대통령은 '내일 안되면…' 이라며 굳고 심각한 표정으로 우려를 표시했다는 게 박지원 (朴智元) 공보수석의 전언. 반면 1시간30분여의 회담직후 결과를 구술해 주는 金대통령의 표정은 '국정마비' 의 캄캄한 터널을 빠져 나온듯 밝은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회담 자체는 총리인준문제로 불편해진 관계가 배어나듯 다소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였다.

간간이 대화가 끊기고 침묵도 흘렀다고 한다.

趙총재가 "총리지명자에 대한 반대당론 변경은 불가능하다" 며 자진사퇴.지명철회 요구의 강경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金대통령 역시 정색하며 "반대하면 했지 표결불참은 법에 어긋난다" 며 '도덕과 양심' 의 원칙을 시종 강조. 金대통령은 "인위적 요인으로 인준을 안해주면 총리서리체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내일 투표해달라" 며 최후의 카드를 꺼내 밀었고 趙총재는 "당에 가서 상의하겠지만 내일은 어렵다" 며 사실상 수용의사를 내비쳤다.

趙총재 설득에는 치밀하고 준비된 논리전개로 유명한 'DJ류 설득' 도 병행됐다.

金대통령은 "87년 여소야대 (與小野大) 시절때도 98%의 법률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총리인준도 자유투표로 도와줬다" "이번 조각 (組閣) 때도 거국내각구성까지 제의했는데 이럴 수는 없다" 며 여야 '품앗이론' 을 펼쳐 나갔다.

趙총재는 이날 회담시작 5분전쯤인 낮12시25분 이강두 (李康斗) 비서실장.맹형규 (孟亨奎) 대변인과 함께 청와대에 도착, 문희상 (文喜相) 정무.박지원 공보수석.김하중 (金夏中) 의전비서관의 영접을 받았다.

金대통령은 "비가 내리는데 오시느라 수고했다" 고 인사를 건넸고 趙총재는 "상서롭고 행운을 가져다 줄 봄비인 것같다" 고 화답했다.

金대통령은 곧 배석자를 물리친채 오찬회담에 돌입. 메뉴도 趙총재가 평소 즐기는 대구무우국 등의 한식으로 갖춰졌다.

대담중 나온 '야당의원 빼가기 중지' 대목에 대해 청와대측은 趙총재의 요청사항으로 발표한데 반해 한나라당측은 "金대통령이 자진해서 말했다" 고 설명. 이에앞서 이만섭 (李萬燮) 국민신당총재와의 조찬회담에서 金대통령은 "조순총재와의 만남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고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金대통령은 "대선때 5백만표 지지를 받은 정당대표로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초청해 의견을 듣겠다" 고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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