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융사 중도금 대출 숨통 틔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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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앞으로 할부금융사들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약속이 제대로 지켜질까. 재정경제원이 지난 16일 돈을 못 빌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중단한 할부금융사들의 자금확보 지원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이들 금융회사의 중도금 대출 재개여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재경원은 신인도 하락과 담보부족등으로 돈을 못 꾸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주택할부금융업체들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이들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차입할 때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지급보증을 서 주도록 했다.

신용보증기금등이 보증을 서주면 시중은행들은 돈 떼일 염려가 없어 할부금융사에 돈을 빌려주고 할부금융사는 이 돈으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업체당 최고 2천억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어 만약 이대로만 된다면 할부금융사들의 자금문제는 해결된다.

대출이 끊겨 분양대금을 못내던 수요자들도 이제 연체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할부금융사들은 이번 재경원의 지원대책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신용보증기금이 할부금융사에 보증을 서주는 대신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부금융사 입장에서는 제공할 담보가 없어 결국 대주주인 모기업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모기업이 없거나 설사 있더라도 경영이 부실한 경우 신용보증기금에서 담보로 잡아주지 않을 공산이 커 재경원의 이번 대책은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담보가 있어 돈을 차입할 수 있는 할부금융사들도 신규 대출분이 아닌 이미 약정한 대출금에 대해서 우선 지급해 줄 방침이다.

할부금융사들의 돈 장사 메리트가 옛날같지 않아 사업을 확장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도 중도금 대출이자가 연체료 금리 수준인 20~25%선이 될 것으로 보여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주택업체들은 지금보다 중도금이 잘 들어와 자금난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도금 대출이 중단된 아파트 가구수는 17만여가구로 추산되고 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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