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신석정 '슬픈 구도 (構圖)'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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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 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날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 신석정 (辛夕汀.1907~1974) '슬픈 구도 (構圖)' 중

하늘 아래 푸른 산이 있건대 어찌 꽃이 없겠는가, 어찌 새가 없겠는가, 어찌 착한 짐승이 없겠는가.

그러나 막막하기만 한 식민지 시대의 전원시인에게 나라 잃은 현실이란 가망 없는 '지구' 로 비유되었다.

이런 나라 잃은 시대의 슬픈 구도는 이제는 또 다른 현실이 돼 환경파괴의 개발을 새삼 경고하고 있다.

단 하나 뿐인 지구 위의 아슬아슬한 오늘이므로.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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