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계열사간 빚보증 대출로 돌려달라"…은행권선 부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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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재계는 재벌그룹의 계열사간 빚보증 (상호지급보증) 을 전액 신용대출로 전환해줄 것을 새 정부와 금융권에 요청했다.

기획조정실.비서실 등의 폐지와 관련, 재계는 '그룹 사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고 새 정부측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회장단회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전경련 손병두 (孫炳斗) 부회장은 "신규대출에 상호지보를 금지한 만큼 지금까지의 상호지보를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면 대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현재 30대 그룹의 상호지급보증채무는 5대 그룹의 10조8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33조원대에 달한다.

재계가 이런 입장을 보인 것은 이런 식의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 계획대로 상호지보를 전면 해소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같은 재계의 요청에 대해 은행권은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 는 반응이다.

기업체의 부실위험을 한꺼번에 은행으로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 대그룹 한개 기업 정리에 따른 부실이 그대로 금융권으로 넘어오게 돼 은행의 부실 자산이 급증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자체 판단으로 신용보증채무로 전환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이같은 제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라고 지적했다.

금융계는 상호지급보증 채무도 재계가 주장하는 33조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회장단은 이날 김우중 (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을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내정키로 의견을 모으고 3월중 이를 공식 발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결합재무제표는 국제적인 회계기준에 따라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고 외국 컨설팅 기관에 자문해 전경련 안을 마련,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영렬·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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