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 노조, 은행장 모함 투서 범인 색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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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제는 은행 인사에서 투서 (投書) 로 재미보기가 어려울 듯하다.

전북은행의 경우 누군가 성급하게 은행장을 모함하는 투서를 했다 은행원들이 현상금까지 내걸며 범인색출에 나서자 행내에서 '현상수배범' 으로 쫓기게 됐다.

이달초 재정경제원.한국은행 등에는 전북은행 직원명의로 이달말 임기가 끝나는 박찬문 (朴贊文) 행장을 비난하는 투서가 배포됐다.

'朴행장의 연임은 안됩니다' 라는 제목의 투서는 朴행장에 대한 비난일색.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북은행 임직원과 노조는 즉각 "朴행장을 신뢰하며 유임을 전폭 지지한다" 는 요지의 결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부서장회의에서는 "범인색출을 위해 현상금을 걸자" 는 아이디어가 나와 영업부에 계좌를 따로 개설, 지난 5일부터 1인당 1만원 이하로 모금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노조가 적극 나서 11일 현재 9백만원이 걷혔다.

직원수가 1천30명이므로 90% 정도가 현상금을 낸 셈이다.

은행측은 모금이 끝나면 전액을 현상금으로 걸어 투서자를 찾아내는 사람이나 기관에 주기로 했다.

은행원들이 제돈으로 현상금까지 걸어가며 투서에 맞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 이들은 또 "사실무근의 투서를 통해 은행장을 모함한 범인을 잡아달라" 는 진정서를 지난주말 전북지방경찰청에 냈다.

박소율 (朴炤律) 노조부위원장은 "근거없는 투서로 은행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이 합심해 투서내용을 부정하고 범인색출에 나서기로 했다" 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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