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정책, 앞뒤를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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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권교체기의 혼란은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요즘 앞뒤가 안맞는 경제정책이 너무 많이 나타나는 건 정말 문제가 크다.

이렇게 저마다 덜 익은 정책을 내놓다보면 일사불란한 태세로 IMF시대를 조기 종식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방해받는다.

새 정부를 구성할 주체들은 가뜩이나 고통스런 IMF시절 보내기를 더욱 힘들게 만들지 말기 바란다.

빅딜이 마치 대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것처럼 인식되다 결국 그게 아니라는 게 판명됐다.

외환관리법 폐지도 그렇게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으로 결론났다.

정책금융확대나 은행소유제한을 푸는데 있어서의 내국인 역 (逆) 차별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모든 경제정책이 국가의 목표와 선택의 선후관계에서 상호 정합성 (整合性) 을 잃지 말아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즉흥적 처방이 남발되는 현상을 극복하려면 세가지 점을 고쳐야 한다고 본다.

우선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임시기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비대위.인수위.노사정위가 그 대표적 예다.

이 세기구는 지금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줄 정책이나 제도개선책을 양산 (量産)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 국가시책은 국회의 심의.조율기능을 거치고 정책개발기능은 정당기구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무리 과도기라지만 임시기구에 의해 국정이 수행되는 것같은 양상은 이젠 끝내야 한다.

둘째, IMF와 약속한 경제개혁을 너무 과대 해석하거나 과민반응을 일으키면 안된다.

앞뒤가 안맞는 경제정책이 나오는 것은 IMF 지원조건을 숙지하지 않은 데도 그 원인이 있다.

IMF조건은 가혹한 것도 있지만 우리가 하려고 한 것도 있다.

결합재무제표나 상호빚보증금지만 제대로 추진해도 대기업정책은 더이상 토를 달 것이 없다.

셋째, 과욕은 안된다.

개혁시기에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식의 욕심은 혼란만 초래한다.

기본방향대로 질서있고 차근차근히 경제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길이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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