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성현 (成俔) 의 '전가사 (田家詞) 12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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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따스한 양기 여뀌 싹을 길러내고

눈 내린 뒤 냉이 잎새 언덕에 깔리었네

온 마을 약밥 차려 대보름 밤 우세두세

뒷동산 달맞이하세 서로 찾아다닌다네

- 성현 (成俔) 의 '전가사 (田家詞) 12수' 중

조선 사회는 농업사회다.

그래서 조선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살았다.

율곡 (栗谷) 이 지었다는 '전원사시가 (田園四時歌)' 나 다산 (茶山) 의 아들 정학유 (丁學游)가 남겨놓은 '농가월령가 (農家月令歌)' 등은 그런 삶의 흔적들이다.

새해 첫 보름달은 자못 그 의미가 깊다.

달 - 음 (陰) - 대지 - 풍작과 다산 (多産) 을 좌우한다.

보름달을 보아 그 달빛이 붉으면 가뭄이요 희면 장마였다.

달과 더불어 약밥.묵은 나물.부럼.귀밝이 술.네더위 내더위 팔기.달맞이 불놀이…그런 고향이 어디로 가버렸는가.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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