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 칼럼

미국 내 불법 이민 노동자를 양성화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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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선 경제 침체로 밀입국 규모가 줄어들었다. 미국 서남부 국경 지역에서 체포된 밀입국자 수가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 둘째, 2007년 상원에서 포괄적 이민 입법을 추진할 때 장애물이 됐던 대규모 임시 노동자 고용 프로그램에 대한 주장이 사라졌다.

현재 이민법 개혁의 최대 과제는 1000만~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공화당은 불법 노동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데 반대한다. 미국 실업자들이 그들과 취업 경쟁을 벌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은 불법 노동자들을 양성화하는 데 따른 효율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양성화 방안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온 사람들의 기업가 정신을 한껏 고무할 것이다. 게다가 법적 지위를 얻은 노동자들은 고용주가 임금·안전 관련 노동법을 잘 지키는 합법적인 생산현장에 취업하려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포괄적 이민개혁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나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서 납세 실적이 있고 전과가 없는 불법 노동자에게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불법 체류 인구를 늘리는 게 아니라는 확신을 대내외에 주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 고용을 막기 위해선 고용주에게 제출되는 증명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상원에선 고용주가 직원을 고용할 때 합법적인 취업 여부를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시스템(E-Verify)을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이른 얘기다. 전자 시스템이 정부 기록상 오류 때문에 합법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는 데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99% 맞다 해도 전국의 1억5000만 노동자가 대상이 되면 컴퓨터의 오류로 수백, 수천의 노동자들이 취업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신원 위조 등을 걸러낼 수 없다.

연방정부도 아직 대규모 합법화 시대에 대비가 안 돼 있다. 1000만 명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 시행되려면 이 일을 맡기 위한 연방 공무원이 대폭 확충돼야 한다. 온라인 신청과 인증을 위한 기술적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이민법 개혁은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의 개발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불법 체류 인구가 극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민법 개혁의 긍정적 효과는 사업자 또는 거주지에 대한 이민국의 불시 검문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면책받은 고용주들은 앞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할 것이다. 개혁을 미적거리면 법적으로 양성화할 수 있는 밀입국 노동자들이 추방 대상이 되고 그 가정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단, 신뢰도 높은 인증 시스템과 합법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이 시스템이 마련될 즈음 경제가 신속히 호전돼 큰 논란 없이 이민 제도 개혁이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알렉산더 알레니코프
조지타운대 로스쿨 학장
정리=정용환 기자 [워싱턴포스트=본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