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그린벨트 해제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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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말 그린벨트가 풀릴까. 차기 대통령당선자의 "일부지역은 해제, 나머지는 채권으로 보상하겠다" 는 대선공약을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

물론 그린벨트는 26년 전 ▶안방.건넌방을 자르고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했으며 ▶기존취락.농경지 등 녹지로 보존할 가치가 없는 지역에도 지정한 잘못이 있다.

주민동의.현장확인 없이 선 (線) 을 긋고 최소한의 지역주민 생활시설과 공익시설 및 수출공장 증축 등 국가경제 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만 허용하는 등 규제도 엄격했다.

그 와중에 주민 상당수가 범법자가 될 정도로 고통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원 (民怨) 이 그린벨트뿐인가.

우리나라 토지에는 어디나 나름대로 규제가 붙어 있다.

국립.도립.군립.도시공원 등 각종 공원, 상수원보호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의 주민도 상당히 억울해 한다.

심지어 도시내 주거.상업지역에도 형질변경이 절대 안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토지에나 민원이 내재 (內在) 할 정도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다른 민원의 불씨만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푸는 방법도 문제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면 주민이 원하는 고밀도 주거.상업.공업지역으로 변할 그린벨트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그대로 녹지로 남게 된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큰 땅값차등화 현상이 벨트내에 생기고, 이번에는 '녹지해제' 를 외치는 개발요구가 끝없이 반복된다.

보상도 더 급한 곳이 있다.

전국 도시 곳곳에는 계획선만 그어 놓은 도로.공원 등이 많다.

그린벨트보다 도시의 기능.생산성.삶의 질 향상을 위해 더 필요한 땅이다.

당국이 재원이 없어 이 땅을 못 사들이는 바람에 소유주들은 지난 5~20년 동안 그린벨트보다 더 심한 '이용제한' 을 받아 왔다.

더구나 이 땅은 도시에 있기 때문에 땅값도 매년 큰 폭으로 오른다.

재원이 있다면 당연히 이 땅부터 사들여야 한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채권을 주민이 받을지, 보상가액을 타협하는 '잣대' 를 어디에 둘지도 문제다.

또 힘들여 그린벨트를 사들였다 치자. 조각조각난 그 땅을 관리할 주체.관리비는 더욱 문제다.

결국 임자 없는 땅만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그린벨트는 토지라는 큰 숲의 한 그루 나무일 뿐이다.

전체토지에 대한 정책방향을 먼저 정한 후 그린벨트의 역할.기능을 재검토하는 순서가 옳다는 뜻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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