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세계무역기구 금융자유화 협정 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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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개도국 금융시장의 빗장을 열어제치기 위한 미국과 유럽연합 (EU) 의 끈질긴 노력이 아시아 금융위기란 의외의 사태를 만나 마침내 가시적 성과를 보았다.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무역기구 (WTO) 의 금융.서비스 자유화협정이 타결됐다.

이번 협정은 오는 99년1월29일까지 회원국들이 국내적으로 의회 비준등을 마치면 1월30일부터 발효된다.

관계자들은 이번 협정의 타결이 WTO의 협상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최근 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단단히 한몫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보다 선진적 금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게 된 개도국들이 대폭 양보할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금융위기라는 돌풍이 휘몰아치지 않았다면 개도국들이 금융시장의 문을 이처럼 쉽게 열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정 내용을 곰곰히 뜯어보면 개도국들이 얼마나 화끈하게 금융시장을 열었는지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외국 보험사가 자국 보험사의 지분을 1백%까지 소유하도록 허용했고 브라질도 외국인들의 은행.증권사 지분한도를 1백%까지 양보했다.

협정 타결에 따라 WTO회원국중 이번에 금융시장 개방안을 낸 1백2개 회원국들은 은행.보험 및 다른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폭을 대폭 넓혀야 한다.

이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WTO의 규정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전 세계 금융.서비스 교역의 95%를 포함시킨 이번 협정에 힘입어 미.EU의 대형 은행 및 보험사들은 개도국 금융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는 지난 14일 회견을 갖고 "이번 협정 타결은 앞으로 미국이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추진할 어떤 협정보다도 큰 성과를 가져왔다" 며 "이번 협정은 증권업 17조8천억달러, 은행업 3백80억달러, 보험업 2조2천억달러의 시장을 포함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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