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감독 애먹이는 '변덕기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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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금 저런다고 그대로 믿었다간 큰일 나요. "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개인연습을 시키던 프로농구 동양의 박광호 감독은 유난히 몸이 가벼워 보이는 한 선수를 칭찬하자 목소리를 낮추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실제 경기에 투입해 보기 전에는 어떤 선수도 1백%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박감독의 지론이다.

심지어 한 경기에서도 들쭉날쭉한 것이 선수의 속성이어서 잠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박감독뿐만이 아니다.

현대 신선우 감독이 스타팅 멤버를 고정해 운영하던 용병술을 포기, 2라운드부터 '섞어쓰기' 로 전환한 것도 선수들의 기량이 한결같지 않아서다.

“늘 얼마 이상 제몫을 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는 SBS 강정수 감독의 푸념에 대부분의 감독들이 공감한다.

경기당 15점을 넣는 선수라도 하루는 0점, 하루는 30점을 넣는다면 이런 선수만을 믿고 경기를 꾸려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동희가 있는 기아, 윌리포드가 있는 나래를 다른 팀 감독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이들이 나름대로 늘 제몫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대우의 놀라운 분전도 사실은 앨릭스 스텀이 꾸준히 골밑을 지켜주는 덕이다.

감독들을 더 '애타게' 만드는 것은 전술과 관련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다.

훈련때는 잘 알아듣는 듯하던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는 엉뚱한 행동을 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대개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의 멤버를 감안, 선수별로 몇가지 임무를 준다.

그러나 감독을 속터지게 하는 선수들은 약속을 까맣게 잊고 엉뚱하게 움직이거나 하지말라는 파울을 해 전술 자체를 망쳐버린다.

선수들이 약속대로 움직여주는 경우 그 팀이 이길 확률은 당연히 높아진다.

경기에서 패한 대부분의 감독들이 경기가 끝난 후 “애들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 고 푸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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