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고교 간 학력차 커져 … 작년 최대 42점차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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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 평준화 지역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2009학년도) 수능을 기준으로 영역별 점수 차이가 최대 42점 벌어졌다. 5년 전보다 영역별로 평균 2, 3점 더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1974년 이후 35년간 지속된 평준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비평준화 지역을 포함한 고교 간 학력 차는 최대 73점까지 차이가 났다.

16개 시·도와 농촌 지역 간 실력 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중상위(1~4) 등급 비율이 전국 최상위로 나타났다. 이는 사립고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충남은 하위(7~9) 등급 비율이 가장 높았다.

232개 시·군·구 중 성적 상위 20곳에는 서울과 광역시·일반시가 전체의 85.5%, 군 지역은 14.5%에 불과했다. 전남 장성군과 경남 거창군은 5년 연속 상위 20위에 올라 공교육 본보기로 떠올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성열 원장은 15일 이런 내용의 최근 5년치(2005~2009학년도) 전국 일반계 고교 재학생의 수능성적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이다. 성적 공개는 1994학년도에 수능 시험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김 원장은 “학교·지역 간 학력 격차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수립하기 위해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은 16개 시·도의 수능 등급을 1~4등급, 5~6등급, 7~9등급 세 그룹으로 나눠 그 비율을 공개했다. 232개 시·군·구는 영역별 상위 20곳과 향상도가 높은 20곳만 밝혔다.


◆숫자로 드러난 학력 차=시·도 간 수능 표준점수는 영역별로 평균 6~14점, 시·군·구는 33~56점, 학교 간은 57~73점 차가 났다. 평준화 지역 내 학교 간 점수 차도 26∼42점에 달했다. 교육 여건이 좋은 서울도 학교별로 19~30점 차가 났다. 서울의 중상위(1~4) 등급 비율은 광주광역시보다 최대 13%포인트(수리 나) 낮았다. 평가원 관계자는 “1등급 비율 통계를 내지 않아 상위권 통계에 일부 한계는 있다”고 설명했다.

16개 시·도별로는 인천·충남·전북의 1~4등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7∼9등급 비율은 충남이 높고, 부산·광주가 낮았다.

부산 연제구·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경기 과천시는 수리 가를 제외한 3개 영역에서 5년 연속 20위에 포함됐다. 2005학년도와 2009학년도 성적을 비교한 결과 서울·충남·전남·제주가 모든 영역에서 1~4등급 비율이 증가했다. 경북 울진군, 경기 의왕시는 모든 영역에서 향상도 상위 20곳에 포함됐다. 사립학교는 국·공립보다 다소(언어 1.1∼2점, 외국어 1.7∼2.9점) 높았다.

◆무한경쟁 시작되나=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율과 경쟁이 핵심이다. 정보 공개로 자율 경쟁을 유도하고, 낙후된 곳은 더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별 성적은 해당 지역 교육감은 물론 지자체장, 학교장의 평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화여대 성태제(교육학과) 교수는 “평준화는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성화를 유도하고 뒤처진 학교에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성적 상위 20곳 중 특목고나 자사고가 있는 지역이 절반이나 돼 일반고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신목고의 박범덕 교장(전국 국공립고 협의회장)은 “자율형 사립고까지 가세하면 일반고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며 “일반고에도 부분적으로 학생 선발권을 주는 등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정수(행정학과) 교수는 “수능 점수 향상도가 컸던 시·군·구 학교의 모델을 분석해 뒤처진 학교에는 교육과정의 규제를 푸는 동시에 우수한 교사를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목·이원진 기자

▶2005~2009학년도 수능성적 세부 분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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