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04> 오바마가 잘하고 있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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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랜만에 정치가 얘깃거리가 됐습니다. 화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잘하고 있습니까?’였습니다. 통계적으로 대표성은 없지만, 참석자 16명 가운데 2명은 오바마에게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7명은 만족 반 실망 반이었습니다. 4명은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쪽이었습니다. 3명은 그가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순간 우리는 그의 리더십을 평가해 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정책이 아니라 ‘리더십’을 평가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주목해 주십시오. 그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우리는 만족 반 실망 반입니다.

우리는 그가 노동조합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려는 데 반대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할 능력이 그에게 있을지 반신반의합니다. 그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예산을 보면 재정적자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위기에 그런대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정책도 아주 잘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아랍 등에 대한 오바마의 대응은 건전하고 진일보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은 찬반이 크게 엇갈립니다.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오바마는 ‘미합중국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선거 기간에 그가 한 말보다 대통령으로서 한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네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그가 대통령으로서 보인 리더십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첫째, 비전입니다. 비전이 없는 사람은 국민을 이끌 수 없습니다. 오바마는 비전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는 경제와 교육·건강보험 등에 대해 장단기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그가 자신이 제시한 비전을 잊고 지낸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텔레비전 토크쇼 등에 출연해 알기 쉬운 말로 비전을 설명하며 미국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 대통령 가운데 소통에 가장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둘째, 팀워크입니다. 이는 리더의 성공 요건 가운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부부는 오바마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경제팀과 외교팀에서 불협화음이 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지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장(NEC)인 로런스 서머스가 경제정책 방향과 전략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백악관 외교안보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사이에도 그럴 개연성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잡음이 들리지는 않습니다. 경제팀이 매끄럽게 일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이트너와 서머스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힐러리도 국무장관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바마는 힐러리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셋째, 의사결정 속도입니다.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일은 아닙니다. 오바마는 한때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너무나 빨리 내리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스스로 문제점을 알아챘는지 그는 몇 가지 이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 지원 등에서 그는 아주 적절한 속도로 의사를 결정했습니다.

넷째, 진정성입니다. 이 점에서는 오바마가 아내 미셸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미셸은 사심 없이 행동하고 발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진솔하지 않다거나 딴마음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미셸이 더 사심 없어 보인다는 말입니다.

오바마가 취임한 지 90일 정도 됐습니다. 미 CEO로서 그의 능력을 평가할 시간은 너무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제시한 네 가지 기준에 비춰 오바마의 리더십에 A학점을 주고 싶습니다. 우등생 수준입니다.

정리=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