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고용구조 변화 수용할수 있도록 제도정비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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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에서 금융기관.종합건설회사 등의 경영파탄이 잇따르면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

은행은 부실채권 처리로 신용이 실추돼 앞으로 도산이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종업원이 7천5백명에 달하는 야마이치 (山一) 증권의 도산은 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나 '야마이치 쇼크' 에 눈이 팔려 고용의 다이내믹한 구조변화를 놓쳐서는 안된다.

야마이치의 고용문제는 몇 가지 좋은 교훈을 남겼다.

하나는 회사는 구하지 못해도 개인은 다른 곳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마이치 증권의 이직자나 취직내정자를 채용하고 싶다는 기업들도 많다.

계열사인 야마이치 정보시스템의 전종업원 6백명 (평균연령 32세) 을 내정자 24명과 함께 미국계 정보서비스회사가 그대로 흡수하려는 게 일례다.

행정보호 속에 있던 기업이 규제완화가 진행되면서 도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 다른 쪽으로의 고용전환은 경제구조개혁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고용구조 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다.

9월말 현재 증권업계의 종업원 수는 11만3천3백28명으로, 피크 때보다 약 5만4천명 줄어들었다.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제조업계의 10월 현재 취업자 수는 1천4백34만명으로, 91년에 비해 1백16만명이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도 30만명이 줄었다.

개별기업을 예로 들면 업적이 좋은 '교 (京) 세라' 도 끊임없는 합리화로 3월말 현재 종업원 수가 5년 전 피크 때에 비해 1천2백명 줄어든 1만3천2백70명이 됐다.

그러나 관련 통신사업체인 DDI의 종업원 수는 같은 기간에 약 2배 늘어나 8월 현재 6천7백80명이 됐다.

앞으로 재정재건을 위한 공공사업비 삭감과 국제적으로 높은 편인 수주가격 인하 등이 진행되면 건설업의 고용감소가 예상된다.

건설업의 과잉고용을 흡수할 곳을 빨리 찾아야 한다.

시급한 고용대책은 금융안정화를 포함한 경기대책이다.

구조변화는 당연하지만 건전한 기업까지 흑자도산시키는 사태를 초래하면 이직자를 필요 이상으로 늘리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규제완화 등으로 새 기업.새 산업 창출을 위한 환경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노동기준법 등의 개정도 필요하다.

고용의 구조변화를 원활하고 공정하게 촉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

올 봄부터 민간 유료 직업소개사업 대상에 화이트칼라 직종이 원칙적으로 자유화됐다.

이직하더라도 재취직이 용이하도록 고용자를 재교육하는 체제의 정비도 중요하다.

개인도 회사중심의 발상을 전환해 자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리 = 김국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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