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라지만…외국인은 '알짜' 계속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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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증시의 침체에도 외국인투자가들의 우량 기업 지분 매입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올 상반기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현황에 따르면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43.7%로 지난해 말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 이후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 이탈을 지속하는 동안 외국인들은 가격이 내린 유망종목을 적극적으로 주워 담아왔던 것이다. 외국인들은 특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 제조업과 국내 금융시장의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업종을 많이 사들였다.

은행업종에 대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54.3%에서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8.8%포인트 늘어난 63.2%에 달했다.

개별 은행의 외국인 보유 지분도 크게 늘어났다. 한미은행은 씨티그룹의 인수에 따라 지분이 99.45%로 늘어났고, 국민은행은 지분의 4분의 3이 넘는 76.7%가 외국인의 손 안에 들어갔다.

외환은행.신한금융지주.하나은행 등도 외국인 지분보유 비중이 60%를 웃돌았다.

외국인은 최근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보험업종에 대한 지분도 대폭 확대했다.

동양화재는 상반기 중 13.9%가 늘어났고,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도 외국인 지분 증가폭이 각각 11%포인트를 넘어섰다. 삼성화재의 외국인 지분은 이미 62%를 넘어섰다.

국내 경기는 침체돼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류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가총액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삼성전자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은 이 기간 2%포인트 늘어난 52%를 기록했고, POSCO 등이 포함된 철강금속은 4%포인트 늘어난 57%에 달했다.

주요 그룹에 대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6.4%로 상반기 중 4.7%포인트나 늘어났다.

LG그룹.현대자동차.SK그룹 등 2~4대 그룹의 외국인 시가총액도 4%포인트 안팎씩 확대됐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 전체에 대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도 지난해 말보다 3.8%포인트 증가한 48.5%에 달해 10대 그룹 시가총액의 절반 규모인 82조원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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