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때보다 낫다” … 박찬호 5선발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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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16년차. 공의 위력은 전성기 못지않다. 광속구를 뿌려대던 1990년대 후반 LA 다저스 시절의 구위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찬호(36·사진)가 꿈을 이뤘다. 루벤 아마로 주니어 필라델피아 단장은 1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가 J A 햅을 누르고 필라델피아의 5선발 투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찰리 마누엘 필라델피아 감독도 이날 박찬호에게 5선발로 결정됐다고 통보했다. 박찬호가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뛰는 것은 2005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이후 4년 만이다.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

◆제2의 전성기=박찬호는 지난달 31일까지 다섯 차례 시범경기에 나서 2승을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2.53. 특히 31일 휴스턴과의 시범경기에선 5와3분의2 이닝 동안 2실점(1자책점)했지만 삼진을 7개나 잡아냈다. 21과3분의1 이닝을 소화하면서 홈런은 단 하나만 내줬고, 볼넷도 두 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박찬호와 5선발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쟁했던 J A 햅은 20이닝 동안 피안타 18개에 8실점(7자책), 평균 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탈삼진(14개)과 볼넷 허용(6개)에 있어 박찬호에게 뒤졌다. 박찬호는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뤄 기쁘다. 5일마다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발 복귀 소감을 밝혔다.

◆뭐가 좋아졌나=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박찬호의 구위를 보곤 “전성기 시절보다 낫다. 특히 제구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가 부진할 때마다 개인교습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성근 SK 감독도 “지난해부터 허리 부상에서 완전하게 회복된 구위를 선보였다. 텍사스 시절과 비교하자면 하체를 제대로 활용해 공을 뿌린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박찬호의 시범경기를 지켜본 송재우 Xports 해설위원은 “컨트롤이 뚜렷하게 좋아진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베테랑답게 타자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수 읽기도 돋보인다. 예전엔 스피드로 타자를 윽박지르려고 했지만 올해는 스피드를 여전히 유지한 채 안정된 제구력까지 갖췄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이어 “현재 구위와 경험으로 본다면 박찬호는 다른 팀에서 3선발도 가능하다”며 “올 시즌 두 자릿수 승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첫 등판은 언제쯤=필라델피아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찬호가 1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117승(92패2세이브)을 기록했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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