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다 흔들리는 '손정의 신화'…기업 합병등 자구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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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 벤처기업의 대명사이자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孫正義)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방크가 삐걱거리고 있다.

소프트방크는 그동안 공격적 기업매수로 급성장을 거듭했으나 내년 3월 소유 회사들의 연결 순이익은 전년대비 3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만2천엔대를 웃돌던 소프트방크 주가는 2천9백30엔으로 폭락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이에따라 소프트방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우선 지난해 3천억엔 (약 2조6천억원)에 매입한 미국의 컴퓨터관련 출판업체인 지프 데이비스사와 부분 인수한 컴덱스 전시회사업, 그리고 지프 커뮤니케이션등 3개사를 내년에 합병하기로 했다.

또 孫사장의 개인자산 관리회사와 소프트방크도 분리시키기로 했다.

"경영이 불투명하다" "공사 (公私) 를 혼동하고 있다" 는 외부의 비판을 가라앉히고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소프트방크는 94년부터 일본의 엔화 강세와 초 (超) 저금리 현상을 활용, 도쿄 (東京) 금융시장에서 값싼 자금을 조달해 미국의 유망기업을 대거 매입해왔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이 孫사장의 개인회사이자 소프트방크의 주식 34%를 보유하고 있는 MAC.소프트방크가 지프 데이비스사를 매수할 때도 총액 21억달러중 3억달러를 냈다.

MAC는 이를 위해 소프트방크의 주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했으나 최근 소프트방크의 주가가 폭락하고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하순엔 담보비율이 대출금의 90%까지 떨어져 MAC는 담보부족사태에 빠지게 됐다.

결국 MAC는 알맹이 사업분야를 1백20억엔에 매각, 담보부족을 메우면서 소프트방크와의 연결고리도 함께 끊기로 한 것이다.

소프트방크의 자금난은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금리까지 들먹일 경우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남아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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