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청자들 "지금 웃고 떠들 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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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고(故) 김선일씨의 시신이 도착한 26일 저녁 국민의 시선은 TV로 쏠렸다. 화면으로나마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메인 뉴스 시청률이 10%포인트 이상 뛰어오른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의 방송 행태에 대해 일부 네티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시신 도착 특보를 아주 짧게 보도한 건 물론이고, 연예인들이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을 앞뒤로 편성한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시신 도착에 쏠린 눈=26일 방송 3사 메인뉴스 시청률의 총합은 40.2%(TNS미디어코리아). 지난 3주간 동시간대 평균(29.9%)보다 10.3%포인트 오른 수치다. 채널별로는 KBS '뉴스 9'의 상승폭이 4.9%포인트로 가장 컸다. 또 이날 오후 5시40분쯤 방영된 '고 김선일씨 시신 도착 특보'의 시청률도 25.1%로 평소보다 높았다.

◇방송사 보도 행태에 비난 봇물=지상파 3사는 이날 주말 오락 프로그램을 내보내던 중 시신 도착에 따른 특보를 방영했다. 하지만 방송 시간은 극히 짧았다. SBS는 오후 5시42분에서 46분까지만 방송을 내보냈으며, MBC는 오후 5시47분~58분 특보를 방영했다. KBS는 오후 5시30분~6시까지였다. 비록 뉴스 전문 채널이라고 하지만 YTN이 오후 5시부터 6시50분까지 110분간을 특별 방송에 할애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특히 '오락 프로 방영 중단'을 선언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 때와 달리 주말 오락 프로들(SBS '실제상황 토요일' 등)이 그대로 방영돼 특보는 오락 사이에 낀 형국이 됐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국민 모두가 마음 아프고 숙연한 상황에서 제정신이냐"며 방송사를 비난하고 있다.

"김선일씨가 싸늘한 주검이 돼 조국으로 되돌아 왔다. 하지만 MBC '음악캠프'에선 진행자들끼리 난리났고, KBS.SBS는 연예인들이 웃고 떠들고 난리고…. 방송사들은 듣지 못했나, 김선일씨의 절규하는 목소리를."

"YTN은 뉴스특보로 숙연하고 심층적으로 방송하고 있는데 방송 3사는 오락 프로의 최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출연자들이 얼굴에서 웃음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세상이 있는 모양이다. 그들만의 세상."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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