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교육문화 황선관씨의 소망…젊은날의 꿈 후배들에게 물려 주고싶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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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저 가방 속에 뭐가 있을까. 몇년 전에는 두툼한 육법전서를 넣고 다녔건만. 길을 가다가도, 버스·지하철 가릴 것없이 일념으로 사법고시 패스를 목표로 하던 사람, 황선관 (42) 씨. 지금 그의 가방엔 아이들에게 독서.논술교육을 지도하기 위한 '생각읽기' '생각쌓기' 두권의 얇은 책이 들어 있다.

그는 고시실패의 사연을 잊지 못한다.

주관식 답안지를 작성한다는 게 뭔가.

요즘 유행하는 논술일진대. 개념없이 '외고.쓰고' 를 반복하며 매번 자신있게 시험에 임했는데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서른중반 긴날은 온통 좌절감으로 얼룩졌다.

서울대를 나오고 대학원 석사면 뭘하나. '생각' 이란 단어를 떠올린 게 과연 얼마만이었던가.

아마 그쯤에서 고시를 때려친 것은 백번을 되뇌어도 잘한 일. 차라리 미래의 백명 지망생을 합격시키자고 다짐했을 때 그의 마음은 문득 가벼워졌다.

회사를 차리기는 역부족. 학생을 대상으로한 독서.논술 관련 회사에 기획담당자로 취직을 했다. 하지만 그곳은 진정성을 쏟아부을 여건이 못됐다.

'우선 제대로 된 독서가 필요하다.

' 작은 돈으로 이현교육문화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두권의 교재를 만들어 가방에 넣었다.

육법전서보다 더 무거운 느낌? 세일을 할 일이 막막해서일까 아니면 교육의 중요성 때문일까. 그는 말한다.

오늘의 '논술이냐 기술이냐' 의 문제가 내일엔 '논술이냐 자살이냐' 는 갈림길에 설지 모른다고.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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