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업난을 이기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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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의 취업난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채용 박람회장에 모인 젊은 구직자들의 인산인해 (人山人海) 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들 가운데는 희망하는 회사의 지원서도 얻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대졸 출신 취업 희망자는 약 32만명에 이르지만 신규 일자리는 8만명에 불과하다.

네사람중 한사람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보다는 24만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취업 기회를 내년으로 이월시킨다는 분석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 적절하게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업자를 자꾸 적체시켜 나가지 말고 오늘의 주어진 여건 아래서나마 취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경제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시기가 당분간 더 계속되기 때문에 이런 자세는 구직자는 물론 구인자 (求人者)에게도 중요하다.

종래의 취업 희망은 대기업이나 서울 본사 중심, 또 금융과 거대 장치산업 등 흔히 말하는 유망산업에 집중됐다.

지금 이들 업종은 고비용 구조의 극복 또는 경기하강과 구조조정에 적응하기 위해 신규 고용규모를 줄이고 있다.

따라서 취업 희망자들은 정보통신이나 전자.유통 등 불황을 덜 타거나 창업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 희망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 전공파괴.학력파괴의 결심을 할 필요도 있고 지방근무나 중소기업을 자원하는 용기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미 대졸자와 전문대 졸업자가 학력에 구애되지 않고 대등한 입사 경쟁을 벌이는 광경은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독자적인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각종 벤처 동아리를 조직하는 것도 고용불안시대의 한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의욕을 갖춘 젊은 벤처기업은 창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투자조합에 대한 세금감면과 에인절 투자자를 알선받을 수도 있다.

대학가의 벤처 붐이 실속이 없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젊은 구직자들이 하기 나름에 따라 이 분야를 더 개척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기업이 바뀌고 일자리도 달라지면 거기에 적응하는 새 사회인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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