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장 화려한 출발점서 술 때문에 목숨을 잃어서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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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전국 대학 총학생회장님들께

4일 전국 348개 대학 총학생회장 앞으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명의의 편지가 도착했다. 전재희(사진) 장관이 개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보낸 당부 편지였다.

전 장관의 편지는 “신입생환영회·MT·축제 등에서 여전히 술이 빠지지 않고 있죠. 혹시 과음과 폭음을 그동안 억눌린 것을 풀기 위한 젊음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3월 대학 입학을 전후로 신입생의 음주 사고가 끊이지 않자 장관이 나선 것이다. 전 장관은 “인생의 가장 화려한 출발점,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나이에 단지 술 때문에 어이없게 생명을 잃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고 호소했다.

또 “대학생의 음주 폐해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끼친다”며 “대학 졸업 이후 나쁜 음주 행동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바른 음주문화 습관을 가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전 장관은 “대학 내에 건전한 음주문화를 뿌리내리려면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실천이 중요하다”며 “총학생회가 앞장서 여러분 학교에 건전한 음주문화가 정착되는 데 선구자가 돼 달라”고 끝을 맺었다.

올해도 전 장관이 우려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모 대학의 신입생 김모(19)군이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술을 마신 뒤 2층 숙소 베란다에서 추락사했다. 4일에는 강원도 강릉의 모 대학 신입생 박모(19)군이 신입생환영회에서 과음 후 기숙사 8층 자신의 방에서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전 장관은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 대표적 정치인이다. 주량은 맥주 반 잔 정도다. ‘술자리가 아니라도 진솔한 대화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전국 18개 대학의 절주 동아리 회장을 복지부로 초청해 적극적인 음주 예방 활동을 부탁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매년 11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의 모든 대학에 건전한 음주운동을 주도하는 절주 동아리가 하나씩 생기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대학생을 대상으로 음주 폐해를 알리는 홍보나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캠퍼스 안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

From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전재희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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