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대행업체 근무 정정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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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가장 행복한 순간의 증인이 된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사랑의 사연을 전하는 메신저 정정미(26)씨.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뉴스플라워(02-573-7288)에 입사한 것은 약 6개월전이다.

“받는 사람들 표정이 다양해요.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는 사람부터 신경질을 내며 문전박대하는 사람까지 제각각이죠.” 꽃다발을 든 메신저와 악기 연주자 두명이 찾아가는 기본 서비스가 17만원이니 값이 만만치는 않다.

“서비스 시행 초기엔 무리한 시도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회사 앞에서 들고 있거나 성공할 때까지 집요하게 추진하는 식의….이젠 받는 쪽의 입장을 고려해 악기 연주만 하는 것으로 틀을 잡았습니다.거부할 땐 물론 조용히 물러나죠.

이 일을 하면서 그녀가 가장 놀란 것은 이 시대 불륜의 심각성.전해달라는 사연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구애를 받은 사람의 미소 뒤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면 분명 ‘이루어지기 힘든’관계라는 것이다. 그땐 잘되길 기원해야 옳은 건지 판단이 안선다.

가끔씩 구애에 실패한 사람이 떼를 쓸 때가 가장 곤란하다. “우리 때문에 망쳤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어요.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사정이 딱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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