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최대 변수는 바람 …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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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승부의 최대 변수는 바람이다.

이번 대회가 열린 로열 트룬GC를 비롯, 세인트 앤드루스.로열버크데일등 어느곳도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조화에 한개의 코스가 수십 수백개의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아널드 파머는 세인트 앤드루스 홀수를 '18×365일'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126회 브리티시오픈에서 로열트룬GC는 악명높은 바람의 맛만 약간 보여주고 '멍청이 코스' 가 됐다.

첫날의 시속 40㎞의 폭풍이 2라운드부터는 언제부터 그랬느냐는듯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선수들의 성적도 달라졌다.

첫날 무려 76.11타에 이르던 평균성적이 3라운드부터는 언더파로까지 뚝떨어졌다.

첫날 7명에 불과했던 언더파 선수는 3, 4라운드를 걸치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기록했다.

'트룬의 지옥' 으로 불리던 10번홀부터 13번홀까지의 난코스도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강풍속에서 3온을 허락치 않던 4백65야드의 13번홀에서 이글까지 속출했다.

이 홀의 첫날 평균타수 4.827은 3라운드에서는 4.300으로 낮아졌다.

첫날 평균타수 4.917로 가장 어렵다는 11번홀도 3라운드에서는 4.443, 4라운드 중반에도 4.5이상을 넘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과 다른 영국골프장들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바람을 염두에 둔 영국골프장은 대체적으로 길이가 짧다.

가장 길다는 트룬이 7천야드가 조금 넘으며 세인트 앤드루스는 그에도 훨씬 못미친다.

페어웨이도 대체로 넓다.

또 러프도 별로 위협이 못된다.

바싹 말라버린 풀들은 비록 길어도 힘이 없어 선수들이 플레이하기에는 페어웨이와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그린도 느리고 기복도 적다.

최근 5~6년간 브리티시오픈 때마다 잔잔한 날씨가 계속돼 참가선수들에게는 행운이었으나 이 대회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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