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 바뀐 홍콩.영국 외교관계 - 영국, 주인서 손님신세 전락 비자도 엄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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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반환으로 홍콩과 영국도 새로운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됐다.반환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왕이 홍콩을 직할통치했으나 이제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가 기존의 관계가 사라지게된데 따른 것이다.말하자면'주인'행세를 하던 영국이 졸지에'손님'으로 전락한 꼴이다.

그래서 새로 문을 연 것이 홍콩주재 영국 총영사관이다.1일 0시부로 개설됐다.5층짜리 단독건물에 직원은 모두 1백여명이고 고용원까지 합할 경우 2백여명이 넘는다.영국이 외국에 설치한 총영사관중 최대규모다.홍콩 총영사관을 책임질 초대 총영사에는 바로 이 건물에서 홍콩반환 전까지 영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낸 프랜시스 코니시(55)가 임명됐다.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68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콸라룸푸르.자카르타.베이징(北京)등에서 근무한 아시아통이다.80년대 초에는 찰스 왕세자의 개인비서관 역할도 거쳤다.

그에 대한 아그레망은 지난달 13일 중국외교부에 제출됐으며 중국측 승인에 따라 19일 임명이 확정됐다.홍콩주재 무역대표부 대표 출신을 초대 총영사로 임명한 것은 홍콩에 대한 영국의 관심과 애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홍콩과 영국간에 새로운 외교관계가 수립됨으로써 영국인들의 홍콩 입국조건도 까다로워졌다.이미 지난 4월1일부터 영국인의 무비자 입국가능 기간이 6개월로 축소된 것은 물론 취업비자 없이는 취직도 불가능해졌다.그동안 영국인들은 홍콩에서 취업할때 1년 이내는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는등 상당한 특권을 누려왔다.

영국인들은 당분간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뼈저리게 실감하며 세월을 보내야할 판이다. 정선구 기자

<사진설명>

한 홍콩 경찰이 1일 향후 홍콩에서 영국을 대표하게 될 홍콩 주재 영국총영사관 건물을 지키고 있다. 홍콩=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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