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생존 6.25포로 방치할건가 - 조국이 잊은 전사 핍박속 억류 2만명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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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이 살아있다니 꿈만 같았습니다.그러나 무슨 소용있나요.만날 수 없는 곳에 있으니 안타까움만 더 할 뿐이지.” 조선이(曺先伊.68.대구시)할머니.지난 57년 참전 군인인 남편의 전사를 통보받았던'전몰군경미망인'.그러나 曺씨는 지난해말 한 탈북자로부터 남편의 생존 사실을 전해듣곤 눈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曺씨는 50년 결혼하자마자 남편 金갑생(72)씨가 전쟁터로 나갔고 7년뒤 전사통보를 받았다.그뒤 남편 동생의 아들을 양자입적한채 수절(守節)해왔다.

“탈북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성미급한 것까지 틀림없는 남편이에요.함남 단천에서 용변치우는 험한 일을 한다니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죽기 전에 남편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원이 없겠는데….” 〈관계기사 3면〉 曺씨는“미국은 이름 모를 유해까지 찾겠다고 난리인데 나라를 위하다 싸운 남편을 생지옥에 방치한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며 정부가 포로송환대책에 보다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曺씨 남편처럼 북한에 억류된 생존 국군포로는 2만명 가량.그나마 어림잡은 숫자일뿐 우리정부는 정확한 포로숫자는 물론 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설명이 더 옳다. 나라를 지키려고 전장에서생지옥에 방치한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며 정부가 포로송환대책에 보다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曺씨 남편처럼 북한에 억류된 생존 국군포로는 2만명 가량.그나마 어림잡은 숫자일뿐 우리정부는 정확한 포로숫자는 물론 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지금까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설명이 더 옳다.

나라를 지키려고 전장에서 침략자들에 맞서 싸우다 적군에게 잡혀 적지에 억류돼 있는 국군포로들. 25일은 6.25발발 47년째.그동안 떠들썩한 행사와 전쟁필승 다짐이 수없이 되풀이돼 왔지만 이들은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망각의 전사'가 돼 47년의 세월을 묻혀 지내왔다.

귀순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은 지금까지도 혹독한 탄압을 받고 있다.

6.25 당시 사단장 백인엽(白仁燁.75.예비역중장)씨는“나라위해 싸우다 적에게 포로가 돼 갖은 고생을 다하는데도 모른체 한다는 것은 국가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아니다”며“이런 식이면 누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방부가 뒤늦게 94년부터 명단과 억류실태 파악에 나섰을뿐 정부차원에서 지금까지 국제기구를 통한 문제제기나 북한에 대한 대화제의도 해보지 못한 실정이다.

전사처리됐던 조창호(趙昌浩.67)소위가 94년 느닷없이 살아돌아오는 경우까지 발생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방치하다보니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방부 국군포로및 실종자 송환대책위 김국헌(金國憲.대령)간사역은“그동안 북한이 포로 생존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다 국군포로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로 인식돼 대책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우선 포로 명단확인 작업을 북측에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뒤늦게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국제기구에 호소하는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안과 다를게 없어'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쟁미망인회 관계자는“남편이 전사처리돼 매년 제사를 지내면서도 혹시 북한에 살아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며“정부가 적극 나서 정확한 실태라도 파악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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