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품 對러시아 수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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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러시아에 대한 컬러TV 수출이 올들어 무려 61.4%나 줄어들며 가전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컬러TV는 우리나라 가전제품중 최대 수출품목이며,러시아는 지난해 컬러TV 수출대상 1위국이었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4월까지 컬러TV 전체 수출은 5억7천5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감소했다.컬러TV 수출이 줄어든 것은 93년(2.7%감소)이후 4년만이다.특히 올4월까지의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6천8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4%가 감소해 러시아 시장 위축이 올해 TV수출 감소의 주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대러시아 컬러TV 수출 감소율이 ▶1월 55.2%▶2월 47.9%▶3월 62.2%▶4월 78.7%에 이르는등 갈수록 감소폭이 커가는 추세다.컬러TV의 대러시아 수출은 92년이후 해마다 급증,지난해에는 4억6천3백만달러로 95년에 비해 31.9%가 늘며 TV등 가전제품 수출 경기를 주도해왔다.

VCR등 다른 가전제품의 대러시아 수출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VCR의 대러시아 수출은 올4월까지 1천7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9% 감소했으며,냉장고와 비디오테이프등도 최고 73.8%까지 수출이 줄었다.

컬러TV등 가전제품의 이같은 수출감소는 러시아 정부가 세수증대를 위해 그동안 일반적으로 사용됐던 보세창고무역(BWT)에 대한 규제를 올들어 대폭 강화한 때문.업계는 대러시아 수출때 정상적인 관세(30%)와 부가세(20%)를 물 경우 시장가격을 맞출수 없다며 절세를 목적으로 보세창고를 통한 편법 수출을 많이 해왔다.

가전업계는 이에따라 최근 모스크바 현지에서 회의를 갖고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현지공장 설립등 중장기계획도 본격 검토하는등 대책을 마련중이다.업계는 또 통관이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알려진 독립국가연합(CIS)이나 인근 국가를 통한 우회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엄성필(嚴聖弼)부장은“대러시아 직수출이 크게 줄어들어 가전업체들이 핀란드나 우크라이나등을 통한 우회수출과 해외공장으로부터의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가 모스크바 인근에 6월중 54만대 규모의 임가공및 조립공장을 가동키로하는등 현지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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