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벨기에 여류감독 한셀의 '더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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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배우 출신인 벨기에의 여류 감독 마리온 한셀의 85년 작품 '더스트'(시네마트.사진)는 4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심리드라마다.국내에는 오래 전 TV를 통해 먼저 소개된바 있는데 그 때 제목은'비를 기다리는 여인'이었다.TV로 방영된 영화는 당연히 비디오로도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TV방영과 비디오 출시는 완전히 별개다.

예를 들어 최근 KBS를 통해 방송되는'시청자가 뽑은 다시보고 싶은 영화50'은 할리우드 흥행작들이어서 대부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지만 일요일 오후 EBS를 통해 소개되는 유럽 흑백영화들은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극장 상영,비디오출시,TV방송권이 별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아해 할 만한 일이 또 하나 있다.극장 개봉시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가 6월에 비디오로 나오기 때문이다.극장용 판권과 비디오 판권을 갖고 있는 쪽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긴 하지만 과대 선전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스트'는 극장에 걸린 기간이 워낙 짧아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그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라서 영화를 웬만큼 봤다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장을 열어준다.

남아프리카의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붉은 흙먼지 이는 장면자체가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우체국까지 이틀이 걸리는 이 외딴 지대에 상복같은 검은 옷차림의 막다(제인 버킨)와 딸에게 무관심한 아버지(트레버 하워드)가 흑인 하인 둘을 거느리고 대화없이 살아간다.

권태,공허,애정에 대한 갈망,노임 대신 몸을 허락하는데서 오는 계급 문제,흑백 인종문제등을 막다의 내면 고백으로 풀어내고 있다.극사실주의 그림을 보는 것같은 풍경과 인물의 구도,바람소리와 파리가 나는 소리뿐 음악도 없다.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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