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강영걸 연극축제 내달 5일부터 20개월간 작은두레극장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국내 연극무대에서 이른바'컬트문화'의 경외대상자가 있다면 그 첫번째 자리는 연출가 강영걸(54)씨와 극작가 이만희(43)씨의 차지가 아닐까 한다.

10년 터울을 극복하며'붕우지신(朋友之信)'의 미덕을 가꿔오고 있는 둘은 가장 연극적인 정통문법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간 평단의 평가는 인색했다.이들의 이런'소외'를 이해하는 고정팬 덕에 둘은 흥행사란 웃지못할 닉네임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다시 뭉친다.2년동안 계속될 둘의 동반무대는 그동안 우리 연극계가 다소 소홀히 다뤘던 말(言)의 연극,즉 대사위주의 연극미학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씨는 깊은 문학성을 저변으로 한 대사의 맛깔스런 조탁(彫琢)으로 정평나 있는 작가다.

동반무대'이만희.강영걸 연극축제'는 6월5일부터 시작돼 99년 1월까지 대학로 작은두레극장에서 열린다.

이처럼 장기적인 작가.연출가의 공동작업은 연극사상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서울두레 주최. 3월말로 대학로극장에서 막을 내린'아름다운 거리'이후 다시 연작무대로 만난 두사람이 자신들의 축제무대에서 선보일 작품은 모두 6편. 개막작품인'돼지와 오토바이'를 비롯,'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돌아서서 떠나라''피고지고 피고지고''불좀 꺼주세요',그리고 이씨의 신작 한편이 추가된다.

이 가운데'돼지와 오토바이'(허규 연출)와'돌아서서 떠나라'(임영웅 연출) 두 작품을 제외한 여타 작품은 이미 강씨의 기연출작.물론 이번 무대는 다 강씨 몫이 된다.

강씨는“축제기간중 신작이 나올 경우 새 작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공연기간은 작품마다 일정치 않다.

93년 북촌창우극장 개관기념작으로 첫 선보인'돼지와 오토바이'는 불교의 인생관을 반영하는 이씨(그는 실제로 젊은 시절 사미계를 받은 스님이었다)의 다른 작품과 달리 기독교 정신이 바탕.“눈먼 소경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같은 성경 속의 이야기를 한 기형아를 내세워 삶에 대한 무한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역작이다.유영환.성병숙.송채환 출연. 지금까지 흥행작가.연출가로서 두사람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은'불좀 꺼주세요'와'피고지고 피고지고'.'불좀…'는 3년간 한극장(대학로극장)에서 연속공연되면서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산속 보물찾기에 나선 노인들의 우정과 고독을 그린'피고지고…'(93년)는 국립극장 사상 처음으로 연장공연 기록을 세운 화제작이었다.

드라마센터(서울예전 전신)를 졸업한 강씨는 80년 극단 민예단원으로 출발해'전통연희의 현대적 계승'에 집착해 왔다.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나온 이씨는 교사출신 전업희곡작가다. 정재왈 기자

<사진설명>

한 극장에서 2년동안 자신들의 히트작 퍼레이드를 펼칠 연출가 강영걸.극작가 이만희씨.삽화는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박현화씨의 작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