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영국의회 건물改修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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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국 하원에서는 요즈음'우먼 파워'가 한창 기세를 떨치고 있다.의회 곳곳에서 마주치는게 여성의원들이다.전체 6백59석중 1백20명이 여성의원들로 5명에 한명꼴이니 그럴만도 하다.92년 62명,87년 47명에 비해 이번 총선에서의 여성의원 증가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사상최대의 여성의원을 배출한 총선이니만큼 아직도 뒤따르는 화제는 많다.영국의정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쌍둥이 의원의 탄생도 그 하나.안젤라 이글.마리아 이글의 쌍둥이자매는 나란히 당선돼 세간에서 영국이'숙녀의 나라'로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낳게 했다.아카데미상을 두번이나 받았던 영화배우 출신의 글렌다 잭슨(61)도 화제의 주인공.재선의원이 된 그녀는 높은 대중적 인기 덕에 장관 하마평이 끊이질 않는다.

또 쇼걸 출신으로 잇따라 하원의장을 맡게된 베티 부스로이드(67)도 여성파워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는 인물이다.당선된 여성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주로 젊고,전문직 출신이다.가장 어린 의원은 엘즈트리와 보어햄우드에서 당선한 클레어 와드로 와드는 올해 25세로 수습변호사 출신이다.스윈던 사우스에서 당선한 줄리어 드라운은 국민보건제도(NHS)전문가며,러튼 사우스에서 당선한 마거릿 모건은 지방정부에서 행정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신문기자 출신인 루스 켈리는 볼턴 웨스트에서 보수당의 거물을 꺾었다.

가장 극적인 것은 버밍엄 에드바스턴에서 당선한 기젤라 스튜어트다.독일에서 태어난 역사학교수인 그녀는 1922년이래 노동당이 한번도 승리한 적 없는 이 지역에서 보수당 후보를 누르고 5천여표차로 압승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중 하나가 됐다.

'신사클럽'이던 영국 의사당에 이처럼 여성들이 대거진출하면서 의사당 분위기도 일대변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미 의사당 관리처는 남성위주의 이발관들을'유니섹스 헤어드레스숍'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하원식당도 여성 구미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중이며 의사당 구내매점도 스타킹같은 여성품목을 더 많이 취급할 예정이다.

또 당구장을 탁아시설로 바꾸고 여성용 화장실을 크게 늘리는가 하면 여성용 카페도 마련키로 하는등 여성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이러한 여성파워를 의식한듯 블레어 신임총리는 조각(組閣)에서 5명의 여성장관을 임명,'철(鐵)여제(女帝)'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총리가 자신의 내각을'금녀(禁女)의 집'으로 만들어 단 한명의 여성장관도 임명치 않았던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게 하고 있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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