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울린 장애인채용박람회 1,000여명 서러운 헛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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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자리를 준다고 해놓고 입사원서조차 받지 않는건 웬일 입니까”.

17일 오전 서울송파구방이동 올림픽파크텔.

노동부산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주최한'97장애인 채용박람회'에는 취업의 부푼 꿈을 안고 전국에서 몰려든 1천여명의 장애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박람회에 참석한 1천여명의 장애인들은 좌절감만 다시 확인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근육장애로 하반신 불구가 된 강비오(29.서울중랑구망우동)씨는 전자부품 조립등 생산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오전9시부터 휠체어를 밀며 5개 업체를 기웃거렸지만 원서접수도 하지 못하는 박대를 당했다.이들 기업은 약속이

나 한듯이“우리 회사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며 姜씨를 내몰은 것이다.

어릴때 예방주사를 잘못맞아 손이 불편한 박대진(朴大鎭.30.서울성동구용답동)씨도 하루종일 행사장을 돌아다녔지만 원서조차 내보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가야 했다.대졸 학력에 출판사 근무경력까지 갖춘 朴씨는“정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

는 4급 장애인인데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해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몰아쉬었다.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과로로 한쪽 다리가 마비돼 93년 퇴직한 고재수(高在洙.54.서울노원구상계동)씨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좌절을 겪어야 했다.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62개 업체중 30세 이상의 근로자를 모집하는 업체는 한군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나덕수(羅德洙)교육홍보과장은“시설확충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전반의 관심을 촉구했다. 〈장동환 기자〉

<사진설명>

우리도 일하고 싶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 97상반기

장애인채용박람회에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이 몰려 구직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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