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파문 - 현철씨 인사개입 어디까지 뻗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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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가 현 정부 출범의'모태(母胎)단계'부터 청와대.행정부를 비롯,군.금융계.정부투자기관등 각종 인사에 깊이 개입해왔다는 혐의는 새삼스런게 아니다.

현철씨가 정부인사등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데는 현정부 내부의 사정도 있다.오랜 야당생활을 했던 金대통령으로서는 집권후 자기사람을 심을 필요가 있었고 당연한 결과로 인사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거기에다 안기부.경찰등 관계기관

의 인사자료를 불신하던 金대통령은 비선을 통해 평가자료를 수집했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아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던 측면도 있다.

인사권자보다 먼저 발령사실을 귀띔해주면서 그의 무서운 능력은 널리 알려졌고“현철씨를 통해야 한자리 할 수 있다”는게 정.관.군.금융가 인사로비의 기본처럼 됐다.그러나 인사에 개입했다 해도 주변에서 수긍할만한 사람을 추천했다면 이처

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능력보다는'잘 아는'사람이라는 이유가 주요한 천거기준이 됐기 때문에 시비가 안될리 없던 것이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수석등과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고 때로는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 의지를 관철시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현철씨의'가공할' 위력을 익히 아는 여러 장관들이 그에게 줄을 대느라 바빴었다는 사실도 마

찬가지다.

관계를 떠난지 오래됐던 인물이 경제부처 장관이 됨으로써 관심을 모았던 K씨는 과거 현철씨가 윗사람으로 모셨던 전력이 있다.최근 한보사건과 관련해 이목을 끌었던 L씨가 노동장관이 됐던 경위나 A전통산장관,이전의 P전통산장관등도 현철

씨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P씨가 청와대 있을 때 그와 현철씨의 지나친'밀착'을 걱정한 비서실장이 주의를 환기한 적도 있다.반대로 갑자기 하차한 여권 고위인사의 경질배경에는 현철씨가 자리하고 있다.최근 개각때 보훈처장에 기용된 박상

범(朴相範)전경호실장은 현철씨 관련'잡음'과 주변 문제점을 꺼냈던게 퇴진의 주요 이유로 알려져 있다.

초대 청와대비서실장인 박관용(朴寬用)의원도 현철씨 문제를 거론했다가 이 사실이 현철씨 본인에게 알려져 이후 계속 애를 먹었으며 실장 자리를 떠나는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김덕룡(金德龍)의원도 현철씨와의 불화로 적잖은 고생을 했다.

현철씨가 총무비서실의 인사비서관등을 통해 자신의 청와대 사단 멤버들을 집중적으로 챙기면서 청와대에 파견나온 관료출신들을 승진에서 철저히 홀대하자 이들이'단결',가신그룹 출신으로 위세당당하던 인사담당비서관을 몰아낸 사건도 발생했다.

관료출신 비서관들이 K비서관의 학력위조 사실을 추적,밝혀내자 당시 청와대는 이를 감추느라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하나회'소탕'후 군내에 광범한 인맥을 구축했다는 사실도 잘 알려진 것인데 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이 육군총장시절 경복고 동문모임에서 국방장관직을'제의'했다는 최근의 시비는 그의 입김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짐작케 한다.현정부 출범후 가

장 승승장구하는 장군의 하나인 K군단장이 소위 K2(경복고)인연덕을 크게 본 경우라면 육본 핵심 참모부장인 P소장등은 PK덕이라는 지적이다.P소장은 6공 시절 턱걸이로 별을 달았으나 현정부 출범 이후에는 핵심 사단장이 돼 화제가 됐

었다.

국회의장 후임문제가 거론되던 지난해 중반 민주계의 한 거물급 인사가 현철씨에게“의장을 시켜줘도 안한다”고 했다는 일화는 현철씨의 인사관여가 정치권 전반에 걸쳐 있음을 말해준다.지난해 대선때 등장한 상당수의 신인들이 그의'면접'을

거쳤다는 소문은“청와대측과 공천협의를 하러 간다”면서 당사를 나선 당사무총장이 현철씨를 몇차례 만나면서 사실로 굳어졌다.대선예비주자 다수가 현철씨를 만났다는 것도 그의 영향력을 간접 증언해주는 부분이다.현재'잘 나가는'PK 출신 모

의원은 청와대비서관 시절 다른 경합자가 거론되자“걱정없다.다 믿는데가 있다”면서 그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석현.오병상.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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