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자원봉사 꿈나무- 수서中 조규연.김준.이힘찬 '자봉3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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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강남구수서동 수서6단지 현대아파트 605동 1415호.13평짜리 조그마한 아파트엔 조명휘(趙明煇.68)씨 부부만이 살고 있다.지난해 12월 어느 토요일 이 아파트에 중학생 3명이 느닷없이 찾아왔다.

인근 태화사회복지관에서 할아버지를 소개받은 같은 단지내 한아름아파트에 사는 수서중 3년 조규연(趙奎衍.15).김준(金峻.15),2학년 李힘찬(14)군이었다.

이때부터 바깥세상이 궁금한 趙씨에게 이들 학생은 없어서는 안될 보배같은 존재가 됐다.

이 노부부의 삶은'고단함'그 자체였다.30여년전 당한 불의의 교통사고로 趙씨의 하반신이 마비된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趙씨를 할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발해 왔다.

애지중지 키웠던 외아들마저 이제는 찾아오지도 않아'남'이나 다름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자뻘인 어린 학생들이 외로움을 함께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그러잖아도 나이가 들어 힘에 부쳤던 할머니는 마치 천사들을 만난 것같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은 이 학생들과 趙씨부부가 만나는 날.지난달 15일 오후 2시20분쯤 趙군을 비롯한 세 학생은 어김없이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인사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얼굴에는 금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이미 이들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외출복을 차려입고 학생들이 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여느때처럼 할머니를 도와 趙씨를 일으켜 세우고 두툼한 점퍼를 걸쳐드린뒤 휠체어에 옮겨 태우는 것으로 외출준비는 끝났다.

이날 趙씨의 바람에 따라 자신이 살고있는 6단지를 벗어나 7단지까지 돌아오는 꽤 먼 나들이를 했다.2㎞가량 되는 외출에 1시간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산책길 주변에 새로 들어선 건물이나 달라진 풍경에 궁금해하는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할머니가 귀가길에 사다달라고 부탁한 무를 사기 위해 노점상에 들렀다.리어카에서 채소를 팔던 아주머니는 이들 학생을 대견하게 여기며 무를 한개 더 얹어줘 모두를 기쁘게 했다.

추운 날씨에 온몸이 꽁꽁 언채 집으로 돌아오자 할머니는 냉장고에 마련해둔 크림빵과 우유를 내놓았다.趙씨부부는 이 학생들을 위해 항상 간식거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자신들을 찾아온게 언젠지 까마득한 외아들 대신 손자같은 이들 학생에게 정을 보상받는 것같았다.요즘 할아버지와 학생들의 가장 큰 바람은 날씨가 빨리 풀리는 것이다.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함께 가서 싱싱함을 만끽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쉬움속에 오후 4시쯤 할아버지와 헤어지는 이들 학생은 이같은 선행에 대해 부모님들이 반드시 칭찬을 해주는 것도 자원봉사의 또다른 소득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윤석진 기자〉

<사진설명>

김준.조규연.이힘찬(왼쪽부터)군이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조명휘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 나들이에 나섰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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