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미국인들에게 보은·상생정신 심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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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기주의가 팽배한 미국 사회에 보은과 상생의 정신을 심으려고 합니다. 이라크전도 미국의 욕심 때문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의 본연은 상대를 살리고 존중하는 것 아닐까요."

개교 2주년을 맞은 미주 선학대학원의 고윤석(77) 총장은 '따뜻하고 수용적인 종교'를 강조했다. 미주 선학대학원은 한국 종교로는 처음으로 원불교가 미국 필라델피아에 설립한 대학원으로, 미국 내 일반 대학원처럼 정식 석사학위를 수여한다.

"오는 8월 첫 졸업생 네명을 배출합니다. 미국에 진출한 첫 열매를 맺는 셈이죠. 재학생 전체가 22명인 미니대학원이지만 앞으로 발전할 여지는 많습니다."

선학대학원은 원불교학과.선응용학과의 두 과로 구성돼 있다. 미국에 원불교를 보급하는 교역자를 양성하는 한편 구미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선(禪)의 다양한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내년에는 침구학과도 개설할 예정이다.

"원불교가 미국에 소개된 지 30여년이 되고 교당도 20여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교민 대상의 포교에 그쳤습니다. 언어.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미국인 사이로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었던 거죠."

高총장은 불교.명상에 대한 미국인의 수요는 많은데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필라델피아 교당의 경우 미국 교인이 거의 없었으나 선학대학원이 설립되면서 3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티베트 불교가 미국에 넓게 퍼진 것도 영어에 능숙한 승려가 많았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高총장은 핵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와 서울대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학술원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불교와 과학은 인과관계를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마음 공부를 통한 자기계발을 강조하고, 세상의 모든 걸 은혜롭게 여기는 원불교의 가르침은 이른바 '웰빙 시대'와도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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