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론 관련 김방옥교수 연극평론가 안치운씨 주장 반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한몸이자 대립되는.몸의 연극'과.내면연기'를 두고 중견연극평론가 김방옥과 안치운이 한창.논쟁'하고 있어 미지근하던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주로 연극전문지를 통해 반론-재반론을 거듭하는 이 두사람의 논쟁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지나 21세기를 맞고 있는 우리 연극의 방향을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연극관련 인사들의 관심권에 머물던 저간의 논쟁을.공개논쟁'으로 환기시키고자 두 사람의 견해를 차례로싣고 그.연기론'의 실체를 들어본 다. [편집자註] 최근 문화 전반에.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듯이 현대연극의 흐름도 희곡 중심에서 배우나 연출 중심으로,내면연기에서 육체연기쪽으로 바뀌고 있다.사실주의류의 연극이 배우와 극중배역의 내면적 합일을 토대로 대본 내용의 전달을 중시했다면,현대의 다양한 비사실주의적 연극은 연기자 자체와 그 육체적 실체로서의 발산을 중시하는 것이다.이는 영상시대 속에서 관객과 함께 하는 현장예술인 연극이 차별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70~80년대 이후 이런 움직임이 발견되는데 서구실험극의 소개,마당극을 통한 전통극의 현대화 움직임들로부터 비롯해 김정옥.오태석.이윤택.김아라등 주요 연극작가들의 무대,그밖의 많은 동숭동 연극들에서 이런 추세를 다소간 읽을 수 있다. 내가.몸의 연극.배우의 연극.껍데기의 연극'(.한국연극'96년 7.8월호,.공연과 리뷰'96년 가을호)이라는 글을 쓴계기는 몸의 연극.배우의 연극이라는 현대연극의 이런 일반적 흐름 속에서 최근의 동숭동연극이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감각적으로 가벼워지고 있다는 우려에서였다.즉 작품의 성격과 관계없이 의미의 부재를 숨기기 위해 배우들끼리의 즉흥적 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거나 배우의 연기가 극자체와 유리돼 경박하게 개그화한다거나 연극이 관객의 저급한 육체적 호기심 에 영합한다든가 하는 현상들이 그것이다.결국 그 글의 요지는 최근의 연극계 상황에선몸의 연극이.껍데기의 연극'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며 진정한 몸의 연극을 이루기 위해선 역시 철학적.정신적.내면적 축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이다.이런 과정에서 내면의 연기의 미덕 역시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지점에서 연극평론가 안치운씨의 내면연기론에 대해 잠시 이의를 제기했다.평소 그의 깊은 사유와 신선한 문체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면연기는“무자비한 폭력”이며“암적 요소”라거나“다른 나라 연극에서 내면연기란 말을 듣거나 읽 어보지도 못했다”는 식의 극단적인 언급은 이해할 수 없어서다.그의 반론(.공연과 리뷰'96년 겨울호)을 읽어보니.몸'과.내면'이라는 개념에 대해 철학적 원론적인 그의 글에 실천적.대증적(對症的)인'내글이 부딪쳐 삐걱댄 것같다. 안치운씨가.몸의 연기'를 근대라는 부동( 動)의 자아를 분열해체시키기 위한 저항의 몸짓이라고 본다면 나는 몸의 연기를 과거 무대위 정신주의적 전횡으로부터의 몸의 복권(復權)정도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몸의 연기가 육체적인 면과 내면적인 면을 아우른다는 점에서는 둘의 견해가 같다. 단 그는 내면을 근대성의 아성이라고 보며 탈근대의 몸의 연기시대에서 근대라는 미망은 청산돼야 한다고 본다.그러나 나는.개량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몸의 연기가,또 오늘의 한국연극이 근대적인 내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김 방 옥 〈청주대교수.연극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