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00명 방콕서 발 묶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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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공항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11명이 다쳤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던 태국 총리는 귀국 후 방콕 시내로 들어오지 못했다. 군 수뇌부는 무력 개입 가능성은 부인했으나 “시위대는 공항 점거를 중단하고, 정부는 총선을 실시하라”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AP 등 외신은 태국 정정이 무정부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공항공사(AOT)에 따르면 반정부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소속 시위대가 26일 관제탑 점거는 풀었으나 공항에선 계속 농성하고 있어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간)부터 공항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이날 방콕을 떠나려던 외국인 6000여 명의 발길이 묶였다. 각 항공사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1000여 명도 출국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솜차이 웡사왓 총리는 26일 오후 5시 방콕의 돈므앙 군 공항으로 귀국했다고 현지 언론 ‘더 내이션’이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총리 공관으로 가지 않고 전세기로 북부 치앙마이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PAD는 AOT의 협상 제의도 거부하고 있어 공항 폐쇄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AOT는 이날 오후 법원에 시위대 강제 퇴거 명령서 발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군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참총장은 26일 오후 군 수뇌부 대책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쿠데타는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군사 정변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가 하원을 해산하고 새로 총선을 실시해야 하며, 시위대는 공항 점거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치앙마이에서는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 간의 충돌로 1명이 숨졌다고 태국경찰이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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