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오바마·매케인이 보여준 포용과 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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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 미국 대선에선 승패가 엇갈리는 순간에도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연설을 통해 승자는 패자를 너그러이 끌어안고 패자는 아름답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년여간 미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길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 두 사람이지만, 일단 투표 결과가 나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해와 통합에 앞장선 것이다.

먼저 존 매케인 후보가 화합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언론에서 개표 결과를 발표한 직후 버락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곧이어 지지자들 앞에서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킨 오바마를 깊이 존경한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대선 전날 타계한 오바마의 외할머니에게 조의를 표하며 “그녀는 아마 하나님 곁에서 안식하며 자신이 길러낸 훌륭한 이(오바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매케인은 이어 오바마가 미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설 도중 일부 지지자들이 오바마를 야유하자 “제발 그러지 말라”며 함께 돕자고 했다. ‘국가가 우선(Country First)’이라는 자신의 선거 구호처럼 사적인 감정보다 국익을 먼저 고려하는 진정한 애국자의 모습을 선보인 것이다.

오바마도 승리 연설에서 매케인의 전화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화답했다. 매케인 같은 용감하고 이타적인 지도자의 헌신 덕분에 미국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칭송했다. 당면한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함께 일하자며 국익 우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매케인 지지층에게도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도와달라”며 단합을 호소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포용과 승복의 정치를 통해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