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韓人들>9.현지사회엔 이런 기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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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 델리시내 장그프라에는 테레사수녀가 운영하는 수녀원안에 고아원이 하나 있다.매주 목요일 오후 이곳엔 10여명의 한국 여성들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델리에 사는 교민들과 한국통신.대한항공등 한국기업 주재원 부인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거리에 버려져 병든 아이들이 들어오는 이곳에서 한인 부인들은 2시간동안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보채는 아이들을 안아 재우기도 한다.
전(前)인도한인회 회장 부인인 이선재(李善才.58)씨는 『아이들 돌보기가 힘은 들지만 우리가 가면 좋아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에서 봉사활동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필리핀 최대의 신발공장을 경영하는 이세채(李世埰.54)사장은요즘 마닐라 외곽 공장소재지인 인구 30만명의 바탄 반도(半島)에 고아원.양로원을 포함한 복지재단을 세우겠다며 동분서주하고있다. 그는 『과수원을 낀 3만평의 야산을 매입해 의지할데 없는 어린이와 노인들을 수용하고,주민들에겐 일할 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李사장은 이미 이 지역 빈민층 자녀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말레이시아 한인회(회장 崔松植)는 작년부터 콸라룸푸르 마라공대(工大)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학생(총 50명)들을 체육대회에 초청,같이 어울리고 있다.
어느 사회,어느 조직에서든 외부인이 진정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기여를 해야 하는 법이다.아시아의 한인과 그들이 경영하는 크고 작은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남칼리만탄주를 터전으로 하고 있는 한국기업 코데코도 마찬가지다.이 지역 주민들은 코데코가 건설한 도로.학교.의료시설.목욕탕등을 자주 이용한다.
코데코는 지역사회를 위한 이같은 활동을 아예 「대민(對民)사업」으로 명명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나무가 잘자라지 않는 저지대의 습지(濕地)를 논으로 개간해 주민들에게 제공한 것도 같은 차원에서다.
합판사업을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곳에는 대부분 조림(造林)을 하지만 그럴 여건이 못되는 지역에 인근에 흩어져 살고 있는 화전민들을 이주시켜 새로운 정착촌을 만들어주는 작업은 인도네시아정부까지 감동시켰다.
[동남아=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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