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커賞 스위프트作 "마지막 청"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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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국 최대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96년 수상작으로 런던출신 작가 그레이엄 스위프트(47)의 『마지막 청(Last Orders)』이 선정됐다.
「영국의 노벨상」으로 불릴만큼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부커상은 매년 그 해에 출간된 영어권 문학작품중 하나에 주어지는데 상금은 2만파운드(약 2천6백만원).윌리엄 골딩.아이리스 머독등이 이 상을 수상한바 있다.
케임브리지대 영문과 출신으로 80년 『사탕가게 주인』으로 데뷔한 스위프트는 83년 중년의 삶을 다룬 중편 『워터랜드』를 발표한 이래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작가로 알려져왔다.아일랜드 작가 셰머스 딘의 『어둠속에서』와 최종 경 합 끝에 선정된 『마지막 청』은 간결한 문체와 절제된 표현등 스위프트의 문학적 재능이 압축된 작품이란 평을 듣고 있다.
『내가 죽거든 화장시켜 아내와 신혼여행을 간적이 있는 켄트의바닷가에 뿌려줘.』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소설은 죽은 벗잭 아서의 유해를 들고 바다로 떠나는 네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2차대전 직후 황량한 런던의 한 주점에서 잭을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된 레이와 빅.레니는 그의 양아들 빈스와 함께 자동차를 빌려 4월 어느날 런던에서 켄트로 떠난다.
길을 가며 이들은 죽은 벗을 회상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나누는도중 처음으로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구멍가게 주인,말단 보험회사 직원,중고자동차업자로 누구하나 성공하고픈 욕망을 이룬 사람이 없다.가정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엔 늦어버린 중년의 소시민들.
그러나 작가는 크고 작은 실수와 쉽지 않은 순간의 선택을 해가며 이들이 살아온 삶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자신들의 인생에 대한 「고해성사」를 통해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 이들은 삶의 참뜻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영혼의 자유를 얻게 된다.
동양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마지막 청』에 대해 인도출신의 영국작가 새먼 루시디는 『부커상 제정 28년만의 최대 수확』이라고 격찬했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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