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유교식 결혼 인정 안해-중국계 부부에 패소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인도네시아에서 유교(儒敎)는 찬밥 신세다.
유교식으로 거행한 혼례(婚禮)는 인도네시아에서 정식 혼인으로인정받을 수 없을뿐 아니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부계(父系)에 이름을 올릴 수 없어 법적으로 「사생아(私生兒)」가 된다. 동(東)자바섬의 한 법원은 지난달 혼인신고 접수를 거부한 지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한 중국계 부부에게 지난 78년 마련된 인도네시아 내무부 시행령을 근거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들의 혼인신고접수가 거부된 것은 유교식으로 혼례를 치렀기 때문.혼례장소인 공자묘(孔子廟)에서 발급한 결혼증명서를현지 지방정부에 제출했으나 『유교는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종교』라는 이유로 접수를 거절했었다.
이슬람교가 국교로 지정된 말레이시아에서도 유교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보다 이슬람 색채가 덜한 인도네시아에서 공자(孔子)의 가르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의 이같은 현상은 유교 신봉자인 화교(華僑)들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배타적인 정서가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경제활동 이외에 정치및 군대등에 중국계 화교들의 참여를 일절 배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견제심리가 종교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화교들은 사회혼란기에 항상 현지인들의 공격목표가 되고 있으며 뛰어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제한에 묶여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드러내 놓고 다닐 수 없는 처지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와 태국 방콕등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중국어 간판이 눈에 잘 안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같은 차별정책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꾹 참고 살던 현지 화교들이 『애꿎은 젊 은 부부의 아이마저 사생아로 만들 것이냐』는 항의와 함께 현지 언론등을 통해 여론환기에 나서는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또 개인의 종교자유를 규정한 인도네시아 헌법조항에 의거,법률적으로도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 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