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명배우 케리 그란트 영국 스파이로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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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훤칠한 키와 준수한 용모로 30여년간 전세계 여성들의 우상으로 군림하던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케리 그란트가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스파이로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이같은 사실은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역사학교수인 그레이엄 매캔 박사가 2차대전때 외교관 신분으로 첩보기관일을 맡아 이름을 날리던 윌리엄 스티븐슨경에 관해 펴낸 최근의 저서에서 드러났다고 독일 일간지디 벨트(7월29일자)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 태생인 그란트(본명 아치 리치)는 영국첩보기관의 지령에 따라 철저히 자신을 위장한 채 종횡무진 활약한 덕에 후일 그 공로로 영국 국왕 조지6세로부터 공로훈장을 받기까지 했다는 것.그란트의 주요 임무 는 할리우드동료 배우들의 동태를 수시로 파악해 보고하는 일.당시 영국측은게리 쿠퍼등 일부 유명배우들이 극우적인 성향을 보임에 따라 이들을 독일 나치주의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인물로 파악하고 있었다.따라서 사상적으로 의심 이 가는 배우들과 전반적인할리우드의 동태에 관해 필요한 첩보를 수집할 적임자로 미국 사교계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그란트를 지목했다.
그란트의 스파이로서의 자질에 대해 당시 스티븐슨경은 『천부적으로 카멜레온과 같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위급시에는 누구나 속이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지난 86년타계한 그란트는 생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샤레이드』등총 72편의 작품에서 잉그리드 버그먼.마릴린 먼로.소피아 로렌.오드리 헵번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미녀들과 공연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배우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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