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커를 선도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 사회의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해커라는 불법 정보도둑이 빠르게 늘고 있다.이 와중에 우리 나라의 해커가 일본전신전화공사 등 외국 34곳의 전산망에 침투한 사건이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이들의 활동반경은 이제 국내 기관의 컴퓨터망을 뛰어넘어 국제기구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그 숫자도 3백여명에 달하며,이중 50여명은 경찰의 추적까지 받고 있다는 보도다. 해킹은 단순한 컴퓨터게임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행위란 인식이 이들 해커에게는 없다.이들은 대체로 처음엔 흥미로 출발해 나중에는 법의 한계선을 넘나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오히려 사회일각에는 해킹의 난도(難度)가 높을수록 도전가치가 있다는 잘못된 풍조마저 있다.
정보화사회의 기본 원칙중 하나가 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정보는 현대사회에 있어 무료로 제공되는 상품이 아니다.남이 힘들여 모아놓은 정보를 이용하려면 응당 비용을 치러야한다.내가 가진 정보의 가치가 소중하다면 남이 보유한 정보가치도 인정해야 한다.그러나 우리 교육과정은 이 점을 별로 가르치지 않는다.아직도 정보는 무료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너무 뿌리깊다.그같은 풍토가 남의 컴퓨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고,심지어기록을 변조하는 행위에 대해 죄의 식을 느끼지 않는 해커를 양산(量産)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국제해킹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이 좀더 새로운 시각에서 이들 해커를 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있다고 본다.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정보화사회 육성의 애로요인중하나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의 태부족이다.이들 해커는 어떻든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다.방향만 잘 잡아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가있으면 얼마든지 사회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부나 기업이 경진대회나 정보사냥게임 등으로 이들 해커를 자연스럽게 유인해 잘못에 빠지기 전에 활용하는 노력을 해보기를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