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 줄여 가격거품 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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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고급 여성용 수제화인 '미소페'를 만드는 ㈜비경통상 엄태균(42) 사장은 가격파괴를 단행한다.

오는 20일부터 18만~20만원 하는 판매가를 12만~14만원으로 백화점 세일 때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20만8000원짜리를 14만8000원으로, 19만8000원짜리를 13만8000원, 18만8000원짜리를 12만8000원으로 각각 6만원씩 내린다.

엄사장은 "비용 요인을 늘리는 유통 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소비자를 속이는 듯한 가격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이번 가격파괴는 여성 수제화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가격파괴가 회사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매출을 늘리려 세일이나 판촉에 신경쓰다 보니 영업비용만 더 들어갔다"며 "이런 식의 영업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발 판매량을 영업에 사용된 인건비 등으로 나눠보니 여성화 한 켤레를 파는 데 4만원의 영업비용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일 세일을 하는 제품값을 제대로 된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믿어 줄까'하는 평소 갖고 있던 의문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부진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엄사장의 이번 결정은 동종업계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소페와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경쟁 수제화 제품과 수제화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 대중화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엄사장은 "제화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사장의 고비용구조 개선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영업 사원을 40% 가까이 줄여 영업.관리직을 160여명에서 100명 감축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그 대신 회사를 그만두는 영업사원들을 경인 지역 등 지방 매장을 중간에서 관리하는 소사장 형태로 취업시켰다. 해당 매장의 매출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러면서도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하루 평균 10개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1년에 2000여개의 신제품을 만들어 낸다. 생산량의 20%는 최첨단 디자인과 기술을 적용해 기존 가격대로 판매할 예정이다.

㈜비경통상은 1989년에 창립됐고 지난해 약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월에는 미국 LA에 대리점 형태의 지점을 내고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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