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KISSABOOK] 공부 스트레스 던지고 ‘책 바다’에 빠져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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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엄마들의 단골 대사, “네가 걱정할 게 뭐 있어? 먹여주지, 입혀주지, 학교 보내주지, 공부만 하면 되는데 고까짓 것도 제대로 못해?” 하지만 애들도 할 말 많단다. 지들도 힘들단다. 공부 따위 때려치우고플 만큼 우울하단다.

날로 사춘기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아이와 어른의 지적 콘텐트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 어른이 아는 건 애들도 죄다 주워듣는다. 이젠 병까지 넘본다.

예전 같으면 “애들이 우울증은 무슨 우울증?” 하고 일소에 부쳤겠지만, 더 이상 어린이 우울증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 덴다 겐조는 『우울한 아이 무조건 쉬어야 한다』(알마)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엄마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아동우울증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증상과 종류, 진찰 사례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혹시 내 아이도? 의심이 불쑥 솟는 엄마들은 숙독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우울증과 단순한 우울감을 혼동해온 엄마라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우울증에 대한 전반 지식을 쌓았다면 이젠 내 아이를 위한 특별한 어루만짐의 시간을 마련할 차례다.

미술과 음악이 심리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문학은? 밝은 마음을 갖는 게 병 치료의 기본이라는 진리를 확대 해석한다면 즐거운 책읽기가 우울증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건 자명하지 않은가.

올 여름방학에는 공부 스트레스를 벗어 던지고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콜라』(문학동네어린이)를 읽어보자.

개구쟁이 시리즈의 고전이 된 이 책은 등장인물 모두에게 고루 녹아있는 친밀감이 매력 포인트다.

물론 장 자크 상페의 그림만으로도 기분전환은 떼어 놓은 당상. 멀쩡하게 잘 나가다가 어김없이 하루 일과를 사고로 마무리하는 니콜라, 그리고 먹보·주먹대장·꼴찌대장·잘난 척 쟁이·고자질 쟁이 등 인간사회 캐릭터가 총출동한 듯한 친구들이 폭소와 미소를 번갈아 선사한다.

세대 차 느끼는 어린이 책 읽어주며 부모 노릇 하느라 고역 아닌 고역을 치르는 어른들이 꽤나 많다지만, 니콜라만 있으면 오케이다.

사는 게 고달파 어깨 축 쳐진 엄마 아빠들도 간만에 눈치 보지 않고 킬킬대게 만들어 줄 효자 녀석이니까. 이번에 앙코르 니콜라 시리즈까지 나왔으니 한동안 우울증 따위 뻥 차버려도 좋을 듯.

대상 독자는 재미있는 게임마저 시들해진 9세 이상의 어린이와 요즘 들어 세상이 온통 회색 빛으로 보이는 엄마들.

임사라<동화작가> romans8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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