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내 헬리코박터 위암유발의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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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선 맵고 짠 음식과 스트레스.과음.과식을 피한다.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항궤양제를 투여한다.」 과거 의사들이 위장병 환자에게 내렸던 단골처방이다.실제 항궤양제복용은 속쓰림 증상을 신속히 완화시켜 최근 10여년간 세계제약업계 판매1위를 타가메트와 잔탁등 항궤양제가 줄곧 석권해왔을 정도.그러나 이들 항궤양제는 약을 끊으면 이 내 재발하며 단지궤양만을 치료할 뿐 위암발생 자체는 막지 못하는 것이 최대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는 최근 서구의학계에서 기존 항궤양제 대신 헬리코박터 박멸이 위장병치료의 신개념으로 본격 도입됐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헬리코박터가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세균이 재발성 궤양은 물론 위암마저 일으키는 것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염자가 모두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6~12배나 높은 위암발생확률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94년 헬리코박터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위암유발요인의 하나임을 공식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서구보다 3배이상 높은 90%의감염양성률을 나타내고 있다.
숟가락으로 음식물을 같이 떠먹는 비위생적 식습관이 국내 헬리코박터 만연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
진단은 위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나 혈액검사로 가능하며 수주간의 약물요법을 통해 완치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치료대상자는 속쓰림증상이 반복되는 재발성 궤양환자. 그러나 무증상의 보균자가 장래 생길지도 모를 위암에 대비,치료받아야 할 지에 대해선 아직 뚜렷한 지침이 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비록 무증상보균자라 할 지라도 집안에 위암환자가 많은고위험군의 경우라면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헬리코박터를 죽이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잡지의 최종결론이다.
79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나선형 세균으로 특유의 암모니아구름합성작용으로 위산을 중화,세균불모지대로 알려진 위장내에서도거뜬히 생존할 수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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