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高枕而臥-베개를 높이고 마음편히 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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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국말(戰國末) 뛰어난 외교술로 제후들을 유세(遊說)해 진시황에게 패업(覇業)의 기초를 제공한 이는 다름 아닌 장의(張儀)였다.먼저 소진(蘇秦)이 육국을 돌면서 합종책(合縱策)을 성공시키자 위기감을 느낀 진(秦)이 장의를 써서 합 종책을 와해시키고 연횡책(連衡策)을 펴도록 한다.진이 아무리 강대국이었다고는 하지만 여섯 나라가 연합하는 데는 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 표적이 된 나라는 위(魏)였다.장의가 애왕(哀王)을 설득해 말했다.
『위나라는 소국에다 군사가 30만에 불과합니다.게다가 국토가평탄해 길이 사통팔달(四通八達)로 나 있으며,사방으로 제(齊).한(韓).초(楚).조(趙)와 이웃해 있어 전쟁터가 되기 십상입니다.따라서 잘못 연합했다가는 사분오열(四分五 裂)될 수 있지요.비록 백마를 베어 피를 마시면서 합종을 맹약(盟約)해도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까짓 약속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생각컨대 위나라는 진을 섬기는 것보다 더 나은 방책이 없습니다. 진을 섬기면 초.한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위나라에 그들의 위협이 없다면 대왕은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히 잘 수 있고(高枕而臥) 나라에 우환도 있을 까닭이 없지요.』 위(魏)의애왕은 그만 그의 세치혀(三寸舌)에 넘어가고 말았다.결국 위나라는 합종책을 포기하고 연횡의 대열에 가담하는 첫번째 나라가 되었다.이 때부터 진은 합종을 와해시킨 다음 마침내 위나라를 포함한 육국(六國)을 멸망시키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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