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화랑가 사기사건으로 얼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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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해 비자금정국의 여파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인사동 화랑가가 그림사기사건으로 뒤숭숭하다.
인사동 화랑관계자들에 따르면 20여년전 인사동에서 S화랑을 운영하다 전업한 뒤 최근 그림중개상으로 일하던 P씨가 올해초 평소 안면이 있던 D.Y.D화랑으로부터 그림을 팔아 주겠다며 작품을 가져간 뒤 이번주초 미국으로 출국,지난 2 4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P씨가 사취해 미국으로 반출한 미술품은 운보(雲甫)김기창(金基昶)과 청전(靑田)이상범(李象範)의 산수화등 명품들이 포함돼 있고 소장자가 팔아달라고 화랑에 맡긴 의재(毅齋)허백련(許百鍊)의 병풍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액이 4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미술품사기사건은 중개상이 소장자 몰래 시가보다 헐값에작품을 넘기거나 담보로 맡기고 대금을 횡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사건은 작품 자체를 외국으로 반출,이례적이다.
…피해를 본 화랑중에는 지난 91년에 일어났던 미술품사기사건에서 피해를 본 곳도 포함돼 있다.이는 미술품거래에서 중간상들의 역할이 크고 중간규모의 화랑들은 이들에게 어느정도 의존하지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중간상인들이 의도적으로 작품을 빼돌릴 경우 화랑들은 속수무책임을 반영하는 것이다.화랑가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화랑의 신용도가 실추될 것을 우려,이를 쉬쉬하며 P씨가 미국에서 그림을 판 뒤 대금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기대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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