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지주회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이 엉뚱하게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지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회사 중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소유하고 있는 에버랜드는 지난해 결산 결과 삼성생명 주식 평가액이 총 1조7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에버랜드 자산 총액(3조1749억원)의 54.8%에 해당해 에버랜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게 됐다.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액이 늘어난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지분 7.1%)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말까지만 해도 주당 28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 3월 말에는 주당 57만원대로 뛰어올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관련법상 에버랜드는 4월 말까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신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반하면 1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신고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삼성전자 등 비(非)금융 계열사의 보유지분은 모두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에버랜드는 신규로 주식을 취득해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춘 게 아니라 자회사(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자격을 갖게 된 것이기 때문에 지주회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에 이런 경우에 대한 규정이 세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에버랜드의 자산을 늘려 50% 규정을 벗어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더 올라가면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못 된다"며 "정부가 허술한 법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