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대책회의 상대로 손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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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에 ‘인내 기조’를 강조하던 경찰이 ‘엄정 대처’로 입장을 선회했다. 촛불시위 주최 단체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대해선 민·형사상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 최근 촛불시위가 중·고생과 가족 단위 참여에서 특정 단체 주도로 변화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법질서 회복할 시점”=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23일 “박원석 상황실장 등 대책회의 집행부 8명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집회를 주최하고 선동한 혐의로 수차례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책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추진 중이다. 경찰, 전·의경 부상과 전경버스 파손 등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50여 일을 이어 온 촛불집회로 경찰관, 전·의경 188명이 부상했다. 전경버스 58대가 파손됐고 무전기 등 장비 793점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법질서가 회복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시민에 대해선 유연하되 과격 행위를 선동하거나 주동하는 사람은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시간 도로 점거로 불편을 끼친다거나 경찰을 폭행하는 등의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어 청장은 이어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등 변질되다 보니 걱정이 많다. (시위에) 반대하는 사람도 대다수다”고 말했다. “소수 단체의 2000~3000명 정도가 자꾸 (과격 시위를) 주도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의 이런 입장 변화는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 발표 뒤 변화한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 청장은 “국민 사이에서 ‘지켜보자’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잇따른 도로 점거와 과격 시위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한진희 서울청장도 “몇백 명도 안 되는 이들이 도로로 들어오니까 ‘경찰은 뭐하느냐’고 지적하는 시민이 많다”고 전했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손해배상 추진 방침에 대해 “대책회의가 시켜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폭력 시위를 벌였다는 증거가 있느냐. 오히려 경찰에 피해 본 국민이 많다”며 반발했다.

◇“유통 저지 투쟁 나설 것”=대책회의는 이날 정부에 공개토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자신 있다면 공개토론을 통한 검증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담당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또 “정부가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하면 민주노총과 운수노조·화물연대를 중심으로 대책회의와 네티즌이 참여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과 하역을 막겠다”고 밝혔다.

천인성·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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